'어째서 사로잡은 일본인들을 죽이지 않고 놓아 주는 것이오?'
'만국공법에 사로잡은 적병을 죽여도 된다는 법은 전혀 없소. 어디다 가두어 두었다가 뒷날 배상을 받고 돌려보내 주는 것이오. 더구나 그들이 애원하는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니, 놓아 주는 수밖에 없소.'
'일본인들은 우리 의병들을 사로잡으면 한 사람도 남김없이 참혹하게도 죽이고 있소! 또 우리들도 일본인들을 죽일 목적으로 이곳에 와서 풍찬노숙하고 있는 것이오.
그런데 그렇게 애써서 사로잡은 놈들을 죽이지 않고 몽땅 놓아 준다면 우리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왔단 말이오?'
'그렇지 않소. 적들이 그 같이 포악하게 구는 것은 하느님과 사람들이 다 함께 노하는 짓이오. 그런데 이젠 우리들마저 그런 야만스런 행동을 하려는 것이오?
동지들은 설마 4천만이 넘는 일본인을 모두 다 죽여서 국권을 다시 회복할 생각이오?
지금 우리가 약하고 저들이 강하다고 해서 악하게 싸울 수는 없소.
뿐만 아니라, 충성된 행동과 의로운 거사로서 이토의 포악한 침략을 성토하여, 세계에 널리 알려서 동정을 얻은 다음에라야 한을 풀고 국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니, 그것이 이른 바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물리치고, 어진 것으로서 악한 것을 대적한다는 것이오.'
- 안중근 전기, 일본군 포로를 죽이지 않고 풀어 준 것에 이의를 제기한 독립군 동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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